공식 퇴사일로부터 딱 2주가 지났다.
7월 둘째 주 주말, 1박 2일 제주 여행을 한 번 다녀온 걸 제외하면
그 외 평일은 매일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꽉 채워서 지냈다.
주말은 유연하게 쉬는 편이지만 중간중간 회고할 내용이나 블로그 소재를 정리한다.
지금 내 패턴만 보면 작년 재택근무하던 시절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이제는 회사 업무가 아니라 나를 위한 일들로 하루를 설계하고 있다는 점이다.
'내 것'이 되는 시간
첫 1~2주는 새로 듣기 시작한 기술 강의와 실습으로 정신이 없었다.
2주차 중반부터는 블로그에 회고를 남기고 디버깅 노트를 정리하고,
이런 저런 고민을 풀어보기도 하고, 책도 좀 읽고 하다 보니 하루가 금세 지나갔다.
처음엔 아침부터 저녁까지 강의와 실습만 반복했었다.
그래서 주로 저녁 식사 이후에 배운 내용을 정리했는데
요즘은 회고할 거리들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레 낮 시간에도 복습을 병행하게 됐다.
단순히 빠르게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는 것보다
내 것으로 쌓는 시간이 더 중요하다는 걸 실감 중이다.
산책은 하루 두 번, 리프레시는 필수
아침에 일어나서 영양제와 함께 물 한컵을 마시면 갈증이 해소된다.
그리고 얼음을 채운 컵에 늘 마시는 드립 커피를 붓고 데스크에 앉는다.
아, 커피는 동거인이 하루도 빠짐없이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내려놓고 출근한다.
(내가 백수가 된 지금도…ㅎㅎ) 센서리와 브루잉 자격증을 따둔 건 난데.. 커피 내리는 게 너무 귀찮다. 정말 꾸준하고 고마운 사람.
커피는 산미가 있으면서도 밸린스가 좋고 가격도 합리적이어서
늘 같은 로스터리에서 떨어지기 전에 미리 주문한다.
하루에 1-2잔은 마시다 보니 회사 다닐 때보다 원두 구매 주기가 빨라졌다.
원래도 산미 있는 커피 좋아하지만
특히 더운 여름 날, 아침을 깨우기에 딱이다.
좋아하는 커피 생각에 눈이 절로 떠지니 일상 속 소중한 낙이다.
공부하다가 점심 먹고 30분, 저녁 먹고 1시간.
하루 두 번 산책은 빠지지 않는 루틴이다.
혼자 집에 있다 보면 과몰입되거나 머리가 굳어질 때가 있는데
그럴 때 바깥 공기 마시며 햇볕을 받으면 놀랄 만큼 리프레시 된다.
집에서 에어컨과 선풍기를 쐬며 시원하게 있다가
낮에 나가면 거의 40도 가까운 열기에 깜짝 놀란다.
근데 또 '여름을 제대로 느끼고 있구나' 싶은 생각도 들어서 영 싫지는 않다.
저녁에 공원을 1시간쯤 산책하면 땀이 주르륵. 집에 와서 샤워하고 나오면 아주 상쾌하고 기분이 좋다.
하루 한 번은 밖으로 나가서 걷는 게 꽤 중요한 리듬이다.
생각보다 더 잘 지내잖아?
친구나 지인들과 연락하다가 퇴사 소식을 전하면
한쪽에선 부러워하고, 다른 쪽에선 조심스럽게 안부를 묻는다.
특히 내 동생.. 주기적으로 괜찮은지 체크한다. 너가 내 언니냐구..?ㅋㅋㅋ
근데 몇 마디만 나눠보면 다들 눈치 챈다.
"어..? 생각보다 더 잘 지내고 있구나?"
그리고 이어지는 말은
"너무 무리하는 거 아냐? 여행도 가고 좀 쉬어!"
사실 여행보다 지금 공부하고 있는 것들이 더 재밌어서 크게 생각이 없기도 했다.
그치만 여행도 가야지! 어디 갈지 선택지가 너무 많아서 고민이다.
여튼 지금도 불안함이 아주 없지 않지만 나도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이 시간을 꽤 잘 보내고 있다는 사실에 스스로도 좀 놀란다.
맞아, 괜찮긴 한데2주밖에 안됐는데 완전 집순이는 못되는지
조금 심심해서 다시 일하고 싶어지려 한다.. 역시 난 회사 체질인가..!
여튼 혹시 이 글을 본다면 부담 없이 연락 주세요, 다덜..^^ 진심으로.
감사한 게 너무 많아
지금 이 루틴을 유지할 수 있었던 강력한 이유는
강의 수강 기회를 열어주신 분 덕분이다.(넙죽 인사드립니다)
강의 시간대 정하면서 자연스럽게 지금의 9 to 6도 맞춰졌는데
내 성향에 맞는 건강한 몰입 구조가 되었다.
그게 아니었으면 밤 12시, 새벽까지 달리다가 금방 지쳤을지 모른다.
요즘 자주 드는 생각이 있다.
지금 이 순간이 꽤 소중하다는 것. 그리고 감사한 사람이 너무나 많다는 것.
막연하고 불확실한 미래도 아주 어둡게만 느껴지지 않는 건
다 소중하고 감사한 분들 덕분이다.
지구력도 올려야지
체력도 필요하다.
수영을 다시 시작할지, 요가원에 다시 갈지 고민 중이다.
하루 루틴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고
이젠 더 오래 달릴 준비를 할 때가 된 것 같다.
성장은 마라톤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