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마지막 출근을 하고 돌아오는 길, 그냥 끝이라는 느낌보다 '또다른 시작이구나' 싶었다. 그렇게 무언가를 만들어 보고, 써보고, 연결해보는 게 재밌어서 혼자 블로그 웹사이트도 배포해봤다.
지금 같은 시기는 특히 하고자 하면 해볼 수 있는 게 무궁무진하게 많은데.. 다음 스텝은 어떤 방향으로 가져가야할지 계속 고민이 되었다.
그러다 최근 웨이마크 커리어 진단을 받아봤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GPT에 내가 실제로 해본 일, 몰입했던 경험, 지향하는 방향까지 함께 입력해 객관적인 커리어 분석을 시도해보았다.
1.나에게 맞는 직무는?
먼저 웨이마크 검사는 "심리학 이론을 바탕으로 개발"되었고 "직무건강 상태 및 개인적 가치관, 핵심 자원을 명료하게 파악하여 자기 이해를 높이고 이를 바탕으로 직무상 건강한 커리어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커리어 진단 도구이다.
웨이마크 결과
흥미로운 건 웨이마크 리포트에서 1순위로 추천한 직무가 '고객경험 관리'였다는 점. 그리고 사업기획/경영이 근소한 차이로 2위였다.

추천 직무 1위가 '고객경험 관리', 2위가 '사업기획/경영'인 것을 보고 "완전 다른 직무인데 어떻게 1, 2위로 나왔는지" 궁금해졌다.
나의 역량 | 고객경험 관리 | 사업기획/경영 |
---|---|---|
스트레스감내력 (상위 2%) |
예측 불가한 고객 응대 상황에서 침착함 유지 | 압박 속 의사결정과 위기관리 |
친화력 (상위 6%) |
고객 및 팀원과의 신뢰관계 형성 | 이해관계자와의 네트워킹, 갈등조정 |
책임/신뢰성 (상위 5%) |
고객 만족을 위한 일관된 대응 | 전략 수행 시 신뢰 기반 리더십 |
논리/사고력 (상위 9%) |
고객 요구 분석, 문제 해결 | 시장/데이터 분석 통한 전략 설계 |
자기통제력 (상위 4%) |
감정노동 상황에서 안정성 유지, 배려 | 조직 내외 커뮤니케이션과 영향력 행사 |
웨이마크는 주로 심리적 역량이 해당 직무에서 얼마나 잘 발휘될 수 있는지, 어떤 환경에서 감정적으로 무너지지 않고 일관된 태도로 일할 수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본듯하다. 실제 웨이마크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임상심리전문가가 개발한 서비스'이며 '무기력', '번아웃' 같은 감정적 키워드로 마케팅을 하고 있다.

GPT 프롬프트 결과
웨이마크에서는 공감력, 자기 통제력, 스트레스 감내력 같은 심리 자원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치로 측정되었기에 위와 같은 결과가 나왔을 것이다. 그런데 GPT 분석에서는 웨이마크 1위 추천 직무가 나와 가장 맞지 않는 top 직무 중 하나로 분류되었다. GPT 분석은 '지속 가능한 몰입', '실제 성향 기반의 업무 선호'를 중심으로 내가 어떤 일에서 장기적으로 동기와 성과를 낼 수 있을지를 분석한 내용이어서 그런듯하다.
"내 성향/기술력/심리적 특성과 가장 잘 맞는지 정량·정성적 관점에서 비교 분석"해줘.
GPT 프롬프트 입력 내용의 일부
GPT 분석에서 '고객경험 관리'는 내가 높은 에너지와 몰입을 유지하기 어려운 분야라고 판단했다. 실제로 CS는 스스로 느끼기에도 자신 없는 분야 중 하나였다. 그간 GPT를 이용하며 수차례 입력해온 커리어 맥락들이 반영된 결과일 것이기에 더욱 내 모습과 가까운 판단이라 느껴졌다.
최종 결과 TOP 3
웨이마크 리포트와 GPT 프롬프트 분석 결과까지 2가지 내용을 바탕으로 다시 나와 맞는 직무를 분석했다. 그 결과 다음 세 가지가 도출됐다.
1위. 데이터 및 테크 기반 PO / PM
- 실제로 해본 부분: 크롤링, API 연동, 데이터 전처리
- 해보고 싶은 것: 사용자 흐름 설계, 실험 플로우 기획
흥미로웠던 포인트: 일단 나는 데이터도 기술도 전문가는 아니지만.. 확실히 관심은 많다. 단순 기획이 아닌, 문제를 정의하고 실험 구조를 짠 뒤, 결과를 바탕으로 개선해가는 '설계자'에 가까운 역할에 흥미를 느꼈다.
2위. AI 자동화 기획자
- 실제로 해본 부분: OpenAI API 연동, 크롤링 데이터 기반 챗봇 시스템 구축(일부 완료, 나머지 단계 ing...)
- 해보고 싶은 것: LangChain, Vector DB 기반 RAG 설계
흥미로웠던 포인트: 반복되는 콘텐츠 생산이나 운영 프로세스를 자동화하거나 사용자 질문을 정확히 처리하는 구조를 설계하면 쾌감이 느껴질 것 같다. 단순 개발보단 이걸 '어떻게 연결할지', '어떻게 써먹을지' 고민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3위. Growth Engineer / 마케팅 자동화 개발자
- 실제로 해본 부분: Python + GCP + 빅쿼리 적재/ 마케팅 대시보드 자동화
- 해보고 싶은 것: 트래픽 소스별 전환 분석 및 예산 자동 분배 시스템 구축
흥미로웠던 포인트: 유입 채널별 성과 기준으로 광고 그룹 예산 비율 조정의 자동화. 아마 기준과 정책 정하는 일이 핵심일 거다. 예산, 성과, 실험 결과의 관계를 보는 게 꽤 재밌을듯.
위의 2위와 3위는 조금 낯설어 실제 있는 직무인지 알아봤다. 2위인 AI 자동화 기획자 또는 오퍼레이션 디자이너라는 표현은 국내에선 아직 생소하지만 미국이나 생성형 AI 중심의 스타트업에선 'AI Workflow Designer', 'Prompt Ops', 'Automation PM' 같은 이름으로 이런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코드를 깊게 짜기보단 다양한 툴과 API를 연결해서 자동화된 흐름을 설계하는 쪽에 가까워 보인다.
Growth Engineer나 마케팅 자동화 개발자는 특히 실리콘밸리에서 유입→전환→성과 분석까지의 사이클을 자동화하는 엔지니어링 기반 마케터로서의 역할을 가진다. 국내에선 아직 흔하진 않지만 일부 데이터 중심 조직이나 퍼포먼스 마케팅 팀에서 유사한 시도를 하고 있다고 함. 내가 직접 해봤던 Python + BigQuery 기반 대시보드 자동화나 예산 분배 로직 설계 경험을 생각해보면 이 직무는 오히려 내가 꽤 가까이 다가가 있었던 영역 같기도 하다.
많은 직업이 사라지고 생겨나며 패러다임이 바뀌는 시기이다. 위의 예시들처럼 기존의 것이 하이브리드형으로 융합되기도 한다. 세상의 어떤 문제를 해결한다면 그것이 곧 job이 되지 않을까.
2. 몰입 가능한 조직 vs 피해야 할 조직
일하면서 에너지가 나는 순간은 이러하다. 아이디어 내고, 고민하고 문제점 찾아보고, 실행하고, 회고하고, 빠르게 개선해볼 수 있는 구조..!
몰입 가능한 조직 키워드
- 실험 장려 (MVP 빠르게 던질 수 있는 환경)
- 피드백 빠름 (다음 개선점이 명확할수록 에너지 올라감)
- 수평적 구조 (질문과 제안이 자유로운 분위기)
- 기술 기반 커뮤니케이션 가능 (떠오르는 기술 트렌드 자연스럽게 접하는 환경)
- 개인의 시도에 응원 보내는 문화 (다양성이 조화를 이루며 시너지 상승)
피해야 할 조직 유형
- 책임 전가하는 탓 문화 ("이거 누가 했어?"라는 질문이 먼저 나오는 곳)
- 변화 없는 루틴형 팀 (새로움을 두려워하고, 실험도 안 함)
- 감정에 호소하는 리더 (부정적인 전망 반복 언급해 팀의 사기 저하)
셀프 체크리스트
- 실패했을 때, 팀은 어떤 반응을 보이나?
- 내가 제안한 자동화/개선안을 듣고 팀은 어떤 피드백을 주는가?
- 지금 하는 일이 내 성장과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는가?
셀프 체크리스트의 질문 "지금 하는 일이 내 성장과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는가?"는 실제로 내가 가장 중요시 여기는 부분이다. 업무하며 스스로 조금씩이라도 성장하고 있다고 느껴져야 만족스럽게 일할 수 있다. 그럴 수 없는 상황이라면 가능한 방법을 모색한다.
3. 내 심리적 강점, 어떻게 써먹을까?
웨이마크 검사는 대한민국 직장인 15,000명 이상의 표본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다. 이게 얼마나 신뢰할 만한 표본 수인지 궁금해서 찾아보았다. 심리 진단 도구로서는 상위 수준의 표본을 갖추었으며 '대한민국 직장인'이라는 동일 맥락의 집단을 기준으로 하고 있어 대표성도 갖추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웨이마크의 분석은 해석의 신뢰도와 실용성 면에서 충분히 탄탄한 근거를 가진다고 볼 수 있다.
검사 결과에 따르면 나는 평균 대비 스트레스 감내력 상위 2%, 회복탄력성 상위 5%, 자기통제력 상위 4%에 해당한다.
특히 '회복력'은 커리어 실험의 기반이 될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실패하더라도 감정적 무너짐 없이 '그럼 다음은 이렇게 해보지'로 전환할 수 있는 힘. 이렇게 보니 내가 꾸준히 새로운 것들을 알아보고 기웃거릴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듯하다.
- 회복력 → 빠르게 실패하고 다시 설계하는 실험 사이클에서 강점
- 마음인지력 → 사이드 프로젝트 중 피로하거나 루즈해지는 지점 빠르게 캐치
- 공감력 → 사용자 관점에서 FAQ 설계하거나 UX 흐름 구상할 때 발휘
그리고 지금 나에게 가장 필요한 심리자산은 신념추구력..! 내가 진짜 원하는 방향을 지키는 힘도 중요하다. 외부 피드백에 흔들릴 때마다 '내가 이 일을 왜 하기로 했는지'를 다시 점검하는 루틴이 필요하다는 걸 느낀다.
4. 앞으로 뭘 해볼까?
최근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 흐름을 체감하며 몇 개의 강의와 구상 중이던 실습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아이디어를 구체화 중이다. 그런데 기술이 워낙 빠르게 발전하니 기존의 것들은 금방 낡은 것이 되거나 대체되고 있어서 고민이다. 그치만 풀어보고 싶은 문제에 집중하면 그 또한 큰 문제가 아닐지도. 3가지 정도의 컨셉을 구상해두었는데 이중에 더 즐겁게 해볼 수 있는, 빠르게 MVP로 만들어볼만한 서비스를 먼저 시도해봐야겠다.
마무리하며
이 글을 정리하면서 확신까지는 아니더라도 방향에 대한 실마리는 잡은 것 같다. 웨이마크나 gpt 프롬프트 결과나 어렴풋이 알고 있던 내용이다. 그런데 그것이 구체적인 언어로 표현되고 또 스스로 정보를 탐색해보니 다가오는 것들은 또 달랐다. 정리하기까지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지만 좋은 참고 자료가 되었다.
앞으로 마주할 일들은 아마 여전히 불확실할 테고 때로는 허무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 해보고 싶은 게 있고, 연결해보고 싶은 기술들이 있고, 풀어보고 싶은 문제도 있다. 그래서 다행이다.
다음은 뭐가 될지 모르겠지만 일단 움직여보기엔 나쁘지 않은 선에 서 있다는 생각이 든다. 불확실함은 크지만 방향을 잡고 움직이는 과정 자체가 어쩌면 이번 실험의 핵심일지도!